
엄마, 아직도 찍는 거야?
어제는 새 휴대폰 카메라를 시험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오늘도 엄마가 나를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는다. 내가 귀여운 건 나도 알아. 하지만 이렇게 가까이까지 올 필요는 없잖아? 잠깐만, 지금 이 표정도 찍었어?
— 촬영 휴식을 요청하는 써니
작은 모험에 커다란 감정, 그리고 간식 시간에 관한 아주 진지한 의견까지. 써니, 프로스티, 스토미가 직접 썼다고 주장하는 일기.



사진에서 영감을 받아 고양이의 마음을 상상해 쓴 이야기예요.

어제는 새 휴대폰 카메라를 시험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오늘도 엄마가 나를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는다. 내가 귀여운 건 나도 알아. 하지만 이렇게 가까이까지 올 필요는 없잖아? 잠깐만, 지금 이 표정도 찍었어?
— 촬영 휴식을 요청하는 써니

바닥에 가방이 놓여 있길래 한번 기대 봤다. 머리를 올려놓기 딱 좋고, 햇볕도 들어온다. 내 침대는 저기 따로 있지만 오늘 낮잠 자리는 여기로 정했다. 인간이 가방을 가져가려면 내가 일어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 새 잠자리를 발견한 프로스티

엄마가 새 아이폰을 들고 계속 나를 따라온다. 카메라를 시험해 보고 싶은 모양이다. 나는 문 뒤에서 얼굴만 살짝 내밀어 줬다. 이 정도면 초점도 잘 맞고 모델도 훌륭하지? 다음 사진은 간식과 함께 찍어 줄게.
— 오늘의 모델 써니

오늘 아침 복도에서 중요한 회의를 열었다. 스토미가 안건을 발표했다. 오전 순찰, 간식 확인, 인간 감시. 프로스티는 낮잠 시간을 어디에 넣을지 물었다. 논의 끝에 오전과 오후, 그리고 필요할 때마다 쉬기로 합의했다. 오늘 일정은 이걸로 확정이다.
— 회의록: 프로스티 · 최종 승인: 스토미

오늘 인간이 칫솔을 들고 다가왔다. 나는 분명 스스로 그루밍을 잘하는데, 치아는 별개라며 입을 벌리고 이를 닦아 줬다. 게다가 이 표정까지 사진으로 남기다니. 오늘의 굴욕은 오래 기억하겠다. 그래도 끝나고 간식이 나온다면 조금은 용서할 생각이다.
— 억울한 써니

햇빛이 들어오는 창가에 침대가 있다면 해야 할 일은 하나다. 길게 누워서 발끝까지 햇볕을 받는 것. 오늘의 일정은 꽉 찼다. 아무도 방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햇볕 근무 중인 프로스티

인간이 안경을 씌워 줬다. 여전히 써니는 바쁘고 프로스티는 느긋하다. 달라진 건 내가 더 똑똑해 보인다는 점뿐이다. 이 안경은 잠시 빌린 거다.
— 박사 스토미

인간이 주방에서 뭔가 준비 중이다. 나는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아 모든 과정을 지켜봤다. 아직 맛보기 제안은 없었다. 점검은 계속된다.
— 주방 감독관 스토미

의자 위로 올라가 앞발을 쭉 뻗었다. 선반 위에 처음 보는 것이 있다. 닿을 듯 말 듯한 거리다. 일단 더 가까이 가서 살펴봐야겠다.
— 탐험가 써니

인간이 화면을 보고 있을 때 책상에 올라갔다. 키보드 앞이 제일 중요한 자리인 것 같았다. 내가 서 있으니 모두 나를 본다. 역시 도움이 된 모양이다.
— 업무 책임자 써니

욕실에 들어와 낯선 통에 앉아 봤다. 생각보다 자리가 딱 맞는다. 물만 나오지 않는다면 꽤 괜찮은 장소다. 이곳도 내 순찰 구역에 넣어야겠다.
— 욕실 조사관 스토미

커다란 상자에 작은 문이 있었다. 들어가 보니 어둡고 조용하다. 밖에서는 내가 어디 있는지 모를 것이다. 물론 나는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다 보고 있다.
— 잠복 중인 스토미

나는 복도 한가운데 누워 잠깐 쉬기로 했다. 스토미는 저 멀리서 보고 있다. 인간은 옆으로 지나가면 된다. 모두에게 충분한 공간이 있다.
— 복도 전문가 프로스티

오늘은 욕조에 앉게 되었다. 왜 내가 여기 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인간이 손으로 받쳐 주는 동안 차분하게 주변을 살펴봤다. 다음 일정은 꼭 간식이었으면 한다.
— 간식을 기다리는 프로스티

오늘 거실에 끈 하나가 지나갔다. 전속력으로 쫓아갔는데 갑자기 멈춰 버렸다. 수상하다. 다시 움직일 때까지 옆에서 감시해야겠다.
— 수석 탐정 써니

조용한 자리를 찾아 편히 누웠다. 막 잠들려는데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다. 눈을 떠 보니 별일 없었다. 낮잠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겠다.
— 낮잠 전문가 프로스티

여기 앉으면 방 전체가 보인다. 써니는 아무것도 아닌 걸 조사 중이고, 프로스티는 자고 있다. 인간들은 자기가 이 집의 주인인 줄 안다. 계속 지켜봐야겠다.
— 감독관 스토미

방을 가로질러 가는데 뒤에서 복슬복슬한 무언가가 따라왔다. 잡으려고 돌았더니 그쪽도 돌았다. 두 바퀴쯤 돈 뒤에 우리 둘 다 쉬기로 했다.
— 아직 한 번도 진 적 없는 써니

인간들이 나를 찾지 않아도 되도록 밥자리에서 미리 기다렸다. 참 배려심 깊은 행동이었다. 그런데 저녁은 평소 시간에 나왔다. 내일은 더 일찍 가 봐야겠다.
— 희망을 잃지 않는 프로스티

인간이 의자에서 일어난 지 약 4초. 따뜻한 자리를 즉시 차지했다. 돌아와서 뭔가 말을 하던데, 먼저 앉은 고양이가 주인이라는 규칙은 분명하다.
— 의자 주인 스토미

어제의 목욕 덕분에 털이 깨끗해졌다. 오랜만에 밥도 실컷 먹었다. 그런데 오늘은 나를 모래가 담긴 파란 상자에 앉혀 놓는다. 여기서 응가를 하라고? 처음 해 보는 일이라 어리둥절했지만, 일단 해냈다. 이제 이 모래는 어떻게 하는 거지?
— 새 화장실을 연구 중인 써니

자동차 밑에서 울고 있었다. 털은 더러웠고 벼룩도 잔뜩 붙어 있었다. 그때 엄마 고양이 목소리가 들려서 용기를 내어 밖으로 나갔는데, 알고 보니 아빠가 유튜브로 틀어 놓은 소리였다. 그렇게 붙잡힌 나는 지금 목욕 중이다. 물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나를 안고 있는 손은 따뜻하다.
— 처음으로 안전한 곳에 온 써니

새 집에서의 둘째 날. 새 가족이 마음에 든다. 누워 있는 곳마다 푹신하고 부드럽다. 그런데 하늘에 떠 있는 저 커다란 빛나는 공은 뭐지? 나를 따라다니는 것처럼 몸을 따뜻하게 해 준다. 아직 정체는 모르겠지만, 이 자리는 한동안 떠나지 않을 생각이다.
— 햇살에 녹는 중인 스토미

어제 맡았던 낯선 고양이 냄새의 주인을 오늘 계단에서 처음 만났다. 이름은 프로스티, 내 새 오빠란다. 아래에서 나를 올려다보는데 조금 긴장한 것 같으면서도 눈을 못 뗀다. 그렇게 내가 궁금해? 설마 나한테 반한 건가? 나는 일단 한 계단 위에서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 첫 만남을 기록한 스토미

몇 달 전, 나는 새 집에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와 형제자매들이 링웜에 걸려 함께 격리실로 가야 했다. 치료를 위해 반복해서 받는 유황 목욕은 정말 싫었다. 오늘은 다시 입양을 앞둔 날. 파란 장갑을 낀 손이 나를 쓰다듬는다. 기다린 만큼, 이번에는 새로운 집으로 한 발 내디딜 수 있기를.
— 용감하게 기다린 스토미

작은 케이지에서 석 달 넘게 지내다가 오늘 드디어 새 집에 왔다. 이동 상자 안의 빨간 담요는 익숙하지만, 바깥의 냄새는 전부 새롭다. 신나서 얼른 둘러보고 싶다가도 조금 긴장된다. 어디선가 다른 고양이 냄새가 난다. 아직 얼굴은 못 봤다. 우선 여기서 천천히 냄새부터 익혀 봐야겠다.
— 새 집 첫날의 스토미

오늘 처음 동물병원에 갔다. 주사도 맞고 중성화 수술도 받았다는데, 나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잘 모르겠다. 눈을 떠 보니 목에는 커다란 깔때기가 있고, 아래쪽은 어쩐지 허전하다. 이걸 쓰고는 평소처럼 얼굴도 못 닦는다. 다음에는 어디 가는지 미리 알려 줬으면 좋겠다.
— 사태 파악 중인 프로스티

오늘 롱비치 보호소를 떠나 새 집에 왔다. 이동 상자의 문이 열려서 앞발 하나를 조심히 내밀어 봤다. 낯선 냄새와 낯선 방, 그리고 나를 기다려 주는 사람이 있었다. 아직은 조금 어리둥절하지만, 이제 여기가 내 집이라고 한다.
— 첫날의 프로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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